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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는 요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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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구로다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2,512회 작성일 08-04-21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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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는 요물이다.
"당신 매일 낚시하면 월급 줄테니 낚시 할래?" 하고 물으면 왠 만한 꾼들 대답은 어떨까?
낚시를 모르는 사람들이야 거절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 낚시인들은 대체적으로 아니 웬떡!?
이게 꿈인가 생신가 하며 감격해서 눈물 콧물 줄줄 흘리며 이제야 모든 고생 끝났다고 춤을 덩실 덩실 추지 않을까?
특히 직장에 얽매여 살며 늘 몸은 도시에 마음은 바다에 가 있는 그저 힘없고 빽없어 서럽다고 여기는 우리 이웃의 낚시인들은 더욱 그럴것 같다.
이 세상 어디엔가 그렇게 좋은 직장이 있다면 입사 경쟁률이 어떨까?
아마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은 사람이 몰릴것 같은데 혹시 나만의 착각일까?
이른 새벽에 그 먼길 달려가서 몸뚱이 축 나는줄도 모르고 마누라 몰래 꼬불쳐 놓은 쌈짓돈 써대가며 [두마리도 필요없다, 그저 씨알 좋은 감생이 한마리라도 걸려다오] 거의 기도에 가까운 염원을 하며 출조를 한다.
그리곤 졸리는 눈꺼풀 성냥개비로 받쳐가며 그 빨간색의 잘 보이지도 않는 찌를 마치 열흘 굶은 송골매 봄날 병아리 째려보듯 진종일 째려보다 등 돌려 떠나는 여자 쳐다보고 질질 짜듯 서서히 지쳐가고 쓰러져 가는 자신을 발견한다.
아침에 낚시 시작 할때야 그래도 그동안의 경험과 책에서, 방송에서 배운데로 음~ 지형이 이러니 물속은 어떨것이고 그러니 대충 어디쯤 공략하면 되겠고 괜히 바람부는것도 살펴보고,조류가 어떻게 흐르니 어디쯤 공략하면 되겠군 하며 마치 오늘 감생이 다 낚은듯 사기충전 해서 낚시를 하지만 어디 그게 마음데로 뜻데로 되던가 말이다.
그래서 이찌 저찌 비싼돈 주고 산 애인보다 소중한 찌들을 괜히 교환도 해보지만 철수시간이 다가 올수록 서서히 체념하는 마음이 생기고 한편 꽝치는게 한 두번도 아닌데 하며 위안도 했다가 괜히 애궂은 선장에게 포인트 잘못 내려 주었다고 원망도 해본다.  
그리고 막상 철수해선 속 상한 마음을감추고 괜히 싫은 소리 해봤자 덕될것 없다는 오랜 경험에 넉넉한 사람인척 대범한 사람인척 내숭떨며 그나마 고기 낚아온 조사님에게 덕담도 해 주면서 속으론 약 올라도 안 그런척 하며 돌아선다.
그런데 돌아갈길이 또 장난이 아니지...
직장생활 하다보니 무슨 백수나 자영업자들 처럼 평일엔 낚시 못 가고 그저 공휴일만 불나케 쫒아 다니다 보니 이놈의 고속도로가 웬만큼 막혀야지..
가뜩이나 지친 몸뚱아리 낚시간다고 꿍시렁 거리는 마누라 눈길 뒤로하고 얼굴과 마음에 철판깔고 나섰을땐 그래도 새벽 길이라 다행인데 꼭 꽝치고 돌아가는 날엔 왜 길이 이리도 많이 막히냐고요?....
에이 더러워서 이제 낚시 안하다고 다짐도 해보지만 그게 어디 쉬운일인가?
차라리 담배끊고 술 끊고 울며 불며 매달리는 여자 끊는게 빠르지 낚시가 어디 내 마음데로 쉽게 끊어지던가 말이다.
그저 세상 살다보니 요물도 이런 요물이 없는데 하필이면 내가 왜 그 요물한테 홀려서 허구헌날 주말 마다 이 지옥을 겪어냐 되는지 팔자도 참 더러운 팔자거던...
핸들대 잡고 앞차 꽁무니만 쳐다보고 갈려니 이게 마치 갯 바위에서 비싼 구멍찌 느린 조류빨 타고 흐르는거랑 하나 다를게 없네..
조류빨이나 좋으면 시원스럽게 흘러나 갈텐데 물돌이 시간인지 조금땐지 조류도 없으니 차창 밖으로 밀려 들어오는 봄날의 얄미운 햇살에 정신이 몽롱해져 지금 낚시대를 잡고 있는건지 핸들대를 잡고 있는건지 구분도 안 가는데 덜러덩 전화가 와서 보니 이게 또 누구냐!?
에구 우리 마누라네, 어떡할까? 받을까 말까 고민하다 휴대폰을 드니 한다는 첫 마디가 [자기야! 좀 잡았나! 오늘 회좀 묵나 어찌되노!?]
원 지럴 염병이지 아주 너까지 휘발유를 끼얹저라...
[아이다 몬잡았다, 오늘 날이 안좋더라! 그라고 뽀인트를 잘못 내려가꼬 고생만 쌔 빠지게 하고 이제 가고 있다!]
[뭐꼬? 갈때마다 몬 잡고.. 이자 낚시 때려 치우삐라 뭐하는짓이고 갈때마다!..]
욱 하고 치받쳐 올라 오지만 꾸욱 참고는 [알았다 나도 고마 때려 치울끼다!] 대충 전화를 끊고 나니 괜히 서러워 이제 정말 낚시를 때려 치워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려받은 재산도 없고 그저 몸땡이 하나로 월급받아 먹고 사는놈이 뻔한 월급에 뭉텅 뭉텅 빼내서 낚시 비용으로도 시원스리 못써보고, 우찌 이리저리 삥땅쳐서 꼬부쳐 놓았다가 낚시간다고 마누라 눈치보고 한 삼만원 줘라! 해서 여편네 속 치마 쌈짓돈 빼내고 해서 맞춘 출조 비용이 그동안 얼마이던가?
그돈 가지고 고기를 사먹어도 내 자슥들 토끼같은 내 자슥들 볼따구에 살이라도 더덕 더덕 붙여겠다.
비싼 찌 만몆천원에 사가지고 집에 가면 [이게 울마 짜린데!?]하며 마누라 콧소리내며 묻지만 정작 눈은 독사 눈깔되어 째려 보는데 능청을 떨며 태연히 [어 그거 삼천원 달라카는데 오백원 깍았다!] 하면 [이 조그만게 뭐 그리 비싸노, 이게 이천 오백원이가?] 으이구~ 누구를 원망하랴,
바로 이렇게 애절하게 살아 가는것이 우리 서민 낚시인들 아닌가?
퇴근 하면 집에 와서 낚시 방송 볼려고 채널 싸움 해야지, 컴앞에 앉아 오늘이 무슨 요일인가 계산하며 다음 출조를 도모 하면서 조황정보 들여다 보다 이상한 글 하나 올라오면 이런 나쁜놈이 있나 분개 하면서 리플 달아가며 그래도 낚시꾼이라는것 잊지 않으려고 피 눈물 나는 노력을 하는 사람들이 누구냐 말이다.  
그런데 월급 줄테니 낚시하라고 꼬시면 어쩔까? 과연 행복할까?
내 주변에 낚시가 좋아 정말 미치게 좋아서 결국 가이드하는 친구들이 몆 있다.
처음엔 무척 신나하고 열심히들 하면서 한다는 얘기가 다소 얼마라도 돈받고 하고싶은 낚시 실컷 하니까 좋단다.
그런데 한 일년남짓 지나니 슬슬 표정들이 아닌것이다.
너나 할것없이 지겨워하는 표정들이 된것이다.
고기가 좀 나오는 날은 그나마 괜찮은데 안 나오는 날은 낚시꾼 얼굴보기가 지옥이란다.
포인트 옳겨 주지 않았다고 욕설 하는 사람, 가르쳐 준 수심이 틀리다고 침 튀겨가며 항의 하는 사람, 시킨데로 했는데 고기가 왜 안 나오냐고 은근히 비비꼬는 사람,철수 시간 안 맞춘다고 시비거는 사람, 배삯 비싸다고 투덜대는 사람등 자기가 낚시 할 때는 몰랐는데 점주나 가이드 해보니 우리 낚시꾼처럼 말많고 탈많은 사람들 못 봤단다.
암! 당연하지.. 그걸 이제 알았단 말인가?
갯 바위에서 사장님이 아닌 사람 어딨고,조력 오래되지 않은 사람 어디 있으며 추자도 가거도 안 가본 사람, 오짜 육짜 안 잡아본 사람 어디 있는가 말이다.
다들 구구절절 사연많고 낚시 보따리 풀라하면 도시락 세개나 까 먹어서야 얘기 끝날 만큼 할 말이 많은 사람들인데 그걸 왜 몰랐냐 말이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나쁜 사람들이야구요?
가슴 속 까 놓아보면 이렇게 착한 사람들이 어디 있냐 말이다.
세상살이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면서도 더럽고 아니꼬와도 그저 내 가족 생각하고, 바다를 닮아보자고 몆번이고 되뇌이며 싱긋이 웃어 주는 사람들 바로 그 사람들이 낚시꾼 아닌가?
그런 사람들이 어쩌다 한번 바다를 찾고 갯바위를 찾아서 저 깊은 곳에 꾹꾹 묻어둔걸 토해내겠다고 하는데 그 정도야 의사가 병 고치듯 당연히 받아 주야지 안 그런가?
그렇다고 돌아서서 안 오던가? 다음에 또 싱긋히 웃으며 반갑습니다 하며 낚시 오지 않던가 말이다.
또 팔 다리 힘 빠지는 나이되면 그때는 낚시 안하나? 민 장대 하나 들고 젊은 사람들 한테 민폐끼칠까봐, 그래서 다음엔 안데리고 갈까봐, 맞 담배 피어도 허허 웃고 좁은 자리 비집고 들어와도 슬며시 낚시대 접어주고 남들 구멍찌니 흘림낚시니 하며 온갖 폼 잡을때 민 장대 하나 들고한쪽 귀퉁이에서 망상어 낚으며 그래도 세월 낚시 하는 우리 노 조사님들도 계시지 않는가?
그나마 그것도 안되면 낚시는 붕어로 시작해서 붕어로 끝나는 것이야! 하며 어디 근처에 조금한 민물터가서 자리 잡고 꾸벅 꾸벅 졸고 앉아 계시네..
이러니 어찌 낚시가 요물이 아니라고 할수 있겠는가?
몆해전 누가봐도 지나친 광기를 가진 낚시 후배가 조용히 이혼을 한 모양인데 자기야 체면때문에 쉬쉬 했지만 결국 주변에 그 소문이 났나본데.. 본인은 성격차이라고 하지만 그말 믿는 사람 아무도 없었지.
그런데 얼마전 들려오는 소식에 그 이혼한 여자가 재혼을 했는데 상대편 남자가 민물 낚시꾼이라는 소리가 들리지 뭡니까?
속 내막이야 있었겠지만 웬지 씁스럼 하면서 웃음이 나오데요.
이 친구는 그러던가 말던가 외관상으론 여전히 일 열심히 하고 주말 마다 주변 초짜들 데리고 두목 노릇 하면서 남해안으로 낚시 잘 다니니 이 또한 묘한 일이죠?
이러니 낚시는 요물인기라.
이 좋은 봄날 아카시아 꽃 만발하면 남해안, 서해안, 내만권 포인트가 낚시꾼 무게로 섬이 주저 앉는다고 엄살들 피우고 알 감생이 잡지 말자고 몆해전 부터 여기 저기서 떠들어 대니 괜히 주눅 들고 겉으론 맞다, 맞다 외치면서도 주변 꾼들 얘기 끝에 어디가 터졌니, 어제 얼마짜리 낚았니 하면 말은 못하고 속에서 열불 천불 터져 홧병 도지니 이놈의 팔자 타령 하다가 결국 보따리 싸 들고 다음 날 새벽에 도둑질 하듯 가보니 오메! 왠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지,..
그래도 비비고 쑤시고 자리 잡고 낚시대 착 펴들어 보니 온 세상이 다 내것처럼 보이지? 이러니 낚시가 요물 아닙니까? 하 하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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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낚시갔다 철수하는 도중에 마눌이 전화하면 제일 겁이 납니다.
"좀 잡았나...?"  

횟거리라도 좀 있으면 목소리에 잔뜩 힘이 들어갑니다.
"초장이나 준비해라...!"

꼴방이면....  
엑셀레이터를 밟고 있는 오른발에 무의식적으로 힘이 들어갑니다.
빨리 집에가서 알랑방구 떨라구......


가슴에 와닿아서 이글한번 올려봅니다.
파트너 홈피서 퍼와써여 김선장님 쏠....올 ㅎㅎ
(참고 김탁씨가 쓰신 글 이랍니다.)
-청주에서 민동기 발신-


댓글목록

거제섬돌님의 댓글

no_profile 거제섬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인생은 도박이고 술은 예술이고 낚시는 마약이다",,,,,,,ㅋㅋ

                                                              중독자 올림.

유용님의 댓글

no_profile 유용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글보니 꾼으로 써 참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습니다 ㅎㅎㅎㅎㅎ

보는 내내 맞다 맞어 !!  연신 웃음만 나오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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